다들 한 번씩은 찍는다는 경주 힐튼 조식당의 그 마스코트(?). ↑
쉬고 싶어서 질렀다. 경주 여행.
작년 11월, 한창 일에 치여서 허덕이며 일상을 겨우 끌어나가고 있을 때, 출장 가러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도 모르게 경주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경주에 예쁘고 소담한 좋은 숙소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후기를 열심히 뒤져보며 좋은 숙소를 찾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나는 그냥 하얗고, 깨끗하고(또는 깨끗해 보이고), 더러울 때 이에 대해 컴플레인 할 수 있고, 컴플레인 하면 신속히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보장되는 숙박 시설에서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다 오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냥 체인 호텔. 언제나 평타는 쳤던 힐튼.
그렇게 덜컥 예약 해버린 경주 힐튼 2박. 당시에, 조용한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는데, 막상 충동적으로 예약한 것 치고는 꽤 목적에 맞는 예약이었던 것 같다. 2월 평일에 경주에 누가 가겠어. 실제로 가보니 호텔이고 관광지고 정말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좋았다. 경주 힐튼이 유아 동반 가족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역시 2월 중순 평일에는 아주 조용했다. 대만족.
무려 레고로 만들었다는 공룡들. 메인홀 장식은 매번 바뀌는데, 이번에는 레고 공룡!
친절한 프론트 직원, 만족스러운 체크인
고속버스를 타고 경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뚜벅이 답게 버스를 타고 호텔까지 가려고 했는데, 버스를 잘못타고 말도 안되는 곳에 내려버린 해프닝 끝에 - 그리고 거기서 다시 돌아가는 버스는 이미 운행 정지-, 그냥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호텔까지 타고 들어갔다.
저녁시간이 한참 지난 상황에서 체크인을 했는데, 프론트 직원분이 엄청난 응대력(?)를 가지고 계셨다. 그냥 말씀만 하시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친절해보일 수 있지? 체크인할때 하는 매우 평범한 대화를 나눴던 게 다인데 뭔가 엄청 환대 받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얼떨떨했다. 개인적으로, 다녀봤던 국내 힐튼 중에 프론트 내공은 경주 힐튼이 최고인듯.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경주힐튼 로비,
서울의 밀튼이나 그랜드 힐튼의 로비와는 또 다른 느낌
스위트 업그레이드, 그러나 거절해야 했던 슬픈 사연 ㅠㅠ
체크인 전에 어플에 방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떠서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 체크인 할 때 보니 방이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일반 트윈룸을 예약하고 갔는데, 스위트 업글이라니.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그 업그레이드 된 방을 거절해야 했다 ㅠㅠ
내가 예약할 당시, 1박을 묵을지, 2박을 묵을지 결정을 못한 상태로 예약을 해서 처음에 1박만 예약했다가 뒤이어 1박을 다시 예약했다. 그리고 숙박 전에 예약부와 통화하면서 두 예약을 하나로 붙여 달라고 해서 2박짜리 예약 하나로 만들었다. 힐튼은 방을 예약할 때 방에 나 혼자 묵을 건지, 게스트 한 명이 더 묵어서 총 2명이 묵는 건지 써 줘야 하는데, 두번째 1박 예약에만 게스트 표시를 해 두고, 첫번째 1박 예약에 게스트 표시를 하지 않았었나보다.
두 예약 중에 하나에 게스트가 있다고 표시 했고, 나중엔 아얘 두 예약을 붙였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경주가 워낙 유아동반 손님이 많은 곳이라는 걸 생각지 못했다. 호텔 측에서 내 방을 준비하면서 (예약을 붙이긴 했지만 어쨌든) 1박에는 성인 1명만 쓰여있고, 그 다음 1박에는 게스트가 있다고 쓰여 있으니 이걸 성인 2명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그냥 성인 1명에 아이를 한 명 데려온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안타깝게도, 업그레이된 방에는 더블베드 하나만 있었다. 나와 일행은 편안한 휴식이 당시 지상명제였기에 침대를 같이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기껏 업그레이드까지 해서 방을 준비해줬는데 정말 미안하지만 그냥 트윈베드 방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즈음, 이미 엄청난 스킬의 프론트 직원분께 환대받는 느낌을 넘어 친근함(?)까지 느끼고 있었던지라 업그레이드 된 방을 거절하고 다른 방으로 바꿔달라고 말하는게 뭔가.. 고마운 호의를 거절하는 것 같아 미안한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게스트 표시를 좀 더 명확하게 해 두었으면 좋았을 걸,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프론트 직원이 또 너무 아니라고 사과해서, 이러다간 사과 퍼레이드가 펼쳐질 것 같아 그냥 조용히 기다렸다가 바꿔준 방으로 올라갔다.